술 주전자 꼬매는 여자

틀질하는 여자

황금횃대 2009. 4. 2. 20:50

 

 

 

아들놈 요대기 상판이 나실나실하더니 결국은 찌이익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가 떨어졌다.

요즘 세상에 저렇게 요대기 면이 떨어지도록 쓰는 집이 어디있을라구

그게 맨날 요대기 깔아놓고 비비덕거리니 요대긴들 남아나질 않는게다. 그런데 뒷면은 아직 쓸만하다.

저걸 버릴까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집에 엔틱자봉틀도 있는지라 재활용을 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누빔지와 천을 2야드 주문하고는 하루저녁 낡은 요대기 상판을 뜯어내고는 그 위에다 누빔지와 천을 박은 것을 다시 마주 대고 박았다. 전기자봉틀이 아니고 발로 잣아야하는 재봉틀이라 천이 자꾸 밀린다.

그래도 뭐 어때? 어데 내다 팔 것도 아니고. 밀리면 밀리는 대로, 좀 모지라면 모질란대로..그렇게

남은 천으로 배개덮개도 새로 하나 만들고 나니 방 분위기가 싸악 달라졌다.

울 아덜놈에게 마구 자랑을 해야지...하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딸이 학교 갔다 왔다.

"아니, 내 베개에 무슨짓을 한고야?"

"으응...벨짓 안 했어.."

기껏 저 소리 듣고자 하루종일 뜯고 자르고 박고 뒤집고...ㅎㅎㅎ

그래도 내가 만든 요대기 위에서 편안히 잠들 아들놈 생각하믄 뭐...그 정도야.

 

 

 

내일 길담서원에서는 회원 1050명 카페 가입을 축하하는 의미로 사랑의 경매행사가 있다.

나도 가서 참여를 하고 싶지만 다음 주 당진행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주에 움직일 수가 없다.

그래서 가방을 하나 급하게 만들어 보냈다.

이틀에 패치며 퀼팅을 하고 택배시간에 맞춰 보내려하니 어찌나 촉박한지. 나중에 끈은 재봉틀로 들들박아서

달아 보냈다. 급하게 만드니 손구락도 부지기수로 찔리고.

 

그걸 보내고 난 뒤 오토바이 우에 올라 앉아 겨우 한 숨을 몰아 쉬었어 으휴...

나는 왜 이렇게 살까.

그까잇꺼 내가 한 점 안 보탠다고 후원경매행사가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잠이 모자라 아침에 일어나려면 아주 무덤 속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몸이 무거운데

그런거 신경쓰지 말고 잠이나 편히 한 숨자지. 안그래?

나는 내게 이렇게 반문을 한다.

아, 나는 도대체 왜 그러구 사는 걸까.쩝.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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