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연애가 고프다

황금횃대 2011. 2. 23. 18:54

 

포도밭 고랑에 앉아

속눈썹 우에 얹히는 햇살을 가늠하다보면

옛날, 옛날 한 옛날 연애하던 시절 생각나지.

연애야 어디

옛날, 엣날, 한 옛날에만 있었겠는가

저녁 티비 채널에서 잠깐 로버트 테일러를 만나면

그날 밤은 로버트 테일러와 연애하고

다음 날, 우연찮게 그레고리 펙을 만나면

까짓 오드리햇번이야 꿈 밖으로 차버리고

내가 분수대 앞에서 그와 거닌다.

 

그러나 그런 꿈들은 자고 깨면 허망한것

줌을 당겨 최근 십년 내의 연애를 기억해낸다

노란 볼펜을 선물로 주며 좋을 글 쓰기를 당부했던 딩씨 성가진 애인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하면서 책 내면 멋지게 싸인해 주라고 얘기해 주던 애인

자나깨나 보고 싶다고 달만 보면 나를 보는 양 생각한다는 애인

아, 그런 애인도 있었다. 사우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귀국할 때

샤넬 5 향수를 사다 엥기던 애인,

샤넬 5는 결단코 [향기가 아니고 냄새다]며

한 번 열어보고는 그냥 농짝 만데이에 던져놓은.

 

어젯밤 늦게

샤넬 5를 사다준 애인이 참말로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잘 지내고 있냐고

"봄이 오고 있지?"라고 응수하던 내가 물었다

"너는 연애가 고프지 않니? 난 요즘 등때기에 날개가 돋아나려나봐. 미친 듯이 연애가 고파"

 

도대체

오고 있는 봄이 내게,

무신 짓을 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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