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고랑에 앉아
속눈썹 우에 얹히는 햇살을 가늠하다보면
옛날, 옛날 한 옛날 연애하던 시절 생각나지.
연애야 어디
옛날, 엣날, 한 옛날에만 있었겠는가
저녁 티비 채널에서 잠깐 로버트 테일러를 만나면
그날 밤은 로버트 테일러와 연애하고
다음 날, 우연찮게 그레고리 펙을 만나면
까짓 오드리햇번이야 꿈 밖으로 차버리고
내가 분수대 앞에서 그와 거닌다.
그러나 그런 꿈들은 자고 깨면 허망한것
줌을 당겨 최근 십년 내의 연애를 기억해낸다
노란 볼펜을 선물로 주며 좋을 글 쓰기를 당부했던 딩씨 성가진 애인
몽블랑 만년필을 선물하면서 책 내면 멋지게 싸인해 주라고 얘기해 주던 애인
자나깨나 보고 싶다고 달만 보면 나를 보는 양 생각한다는 애인
아, 그런 애인도 있었다. 사우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귀국할 때
샤넬 5 향수를 사다 엥기던 애인,
샤넬 5는 결단코 [향기가 아니고 냄새다]며
한 번 열어보고는 그냥 농짝 만데이에 던져놓은.
어젯밤 늦게
샤넬 5를 사다준 애인이 참말로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잘 지내고 있냐고
"봄이 오고 있지?"라고 응수하던 내가 물었다
"너는 연애가 고프지 않니? 난 요즘 등때기에 날개가 돋아나려나봐. 미친 듯이 연애가 고파"
도대체
오고 있는 봄이 내게,
무신 짓을 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