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어떤 뉌이 꼰질렀을까.

황금횃대 2005. 6. 21. 21:49



 

 

 

오후 세시, 땡볕이 대지를 향해 따발총을 맹렬히 쏘는 시간

그늘 숲에서 사랑을 나누던 장끼와 까투리의 교성도 잦아 드는 시간.

작은 봇도랑에 검은 물잠자리가 고요한 창공을 밟아 공간이동을 무시로 하는 시간

전지 가위를 놀리며 푸른 눈알 같은 포도알 솎기에 온 정신을 매진하는 시간

그러나 매진이란 말이 무색하게 내 눙깔에는 세상에서 젤 무거운 눈꺼풀이 낙하를 시작한다.

가위를 들고 끄덕 졸다보면 엠한 포도알이 뚝 떨어져나가 예정에 없던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 때 나른한 정적을 깨우면 울리는 벨소리

띨렐레띨렐레레레레레레....

'고스방이군'

고스방의 별명은 <떼구쟁이>다. 실제 핸드폰의 음성통화 녹음에 그렇게 되어있다

전화기 폴더를 열고 <떼구재앵이!>하고 짧게, 강하게 외치면 귓가를 간지럽히는 여자의 목소리,

"연결하겠습니다"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

 

왜 고스방이 떼구쟁이가 됐냐면 예전에 티비를 보다가 이야기를 했는데 <팥으로 메주를 쑨다해도>라는 문장이 나왔는데 내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야 맞지 여보 했더니 자기는 절대 팥으로 메주 쑨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단다. 그 때 그 말을 울 아덜놈도 분명 듣고서 그게 이상해서 나하고 똑같이 그 말이 나왔을 때 틀렸담시롱 눈을 마주쳤는데 절대 아니라고 박박 우기는 것이다

얼마나 박박 우기는지 모가지에서 때가 다 밀려나올지경이다.

결국 우리가 까잇꺼 팥이든 콩이든 인정해 주는데 돈 드냐 하면서 그려 콩이라 했쑤 하고 말았는데 그 이후로 고스방은 떼구쟁이로 고만 낙찰이 되고 말았다.

 

그러고 설날에 형제간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면 재미로 시작한 것이 하다 보면 꼭 자기가 이길 때까지 해야한다. 아이구 지겨워.

윷판을 쓰는 것도 다른 사람 말은 절대 듣지도 않고 자기 맘대로 써야 젤 잘 쓴게 되구 혹시라도 돈을 걸어서 하면, 첨에는 만원 하다가 지면 그 담엔 이만원, 그 담엔 또 하자구해서 삼만원...이렇게 자꾸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는 돈 낼 능력도 없는데다 우짜든동 자기가 이겨야 그만두니까 고만 딴 돈도 다 내놓고는 그만하자고 사정사정을 해야한다. 이런 무경우가 어딧냔 말이다.

나중에 고스방이 나가고 나면 울 형님이 "아이고 삼촌 떼쓰는것은 유명해 필요에 따라 윷이 눕었다 뒤집어졌다 하니.."

 

그래서 명절날 윷놀이 하자고 웃으며 이야기 하면 전부 안 한다고 발뺌을 하고 방으로 실실 피해 들어간다. 그럼 고스방, 왜 나만 미워해~ 이런다. 어이구..

그걸 몰라서 묻나 이양반아.

 

전화를 받으니 고스방 "너 어디야?" 이런다

"밭이지. 포도밭에서 열라리 알 솎기 하구만"

"근데 왜 오토바이가 집에 있써어~(비아냥 거리는 듯 말꼬리를 교묘하게 올리며)"

"음....운동 한다고 걸어 왔지"

 

사실 어제의 사건을 절대 발설치 말라고 울 딸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어디서 그 소리가 새들어갔는지 확인차 전화를 했던 것이다

 

"운동 좋아허시네 여편네야. 하여가 너는 비 오는 날 마른 먼지가 나도록 좀 패대야 돼"

"패대긴 뭘 패대. 잘 마무리 했구만"

"무면허면 빠져 나오기 힘들낀데 지서에 가서 뭐라했어?"

"뭐라하긴...아지매가 무식해서 50cc는 면허 없이도 되는 줄 알고 천방지축 타고 댕깃다고 담부터 조심한다하고는 훈방 받았지"

"아닐낀데...글마들이 그렇게 쉽게 안 내줄긴데. 다방 아가씨들 몰고 댕기다가 숱하 벌금 물었는데 니는 뭐 용가리 통뼈라고 그냥 빼줏을까이"

"내는 용가리 통뼈가 아니구 돛대 위에 갈매기거등... 몰랐어요? "

"잘난칙 하기는 여편네. 빨리 누가 말해줘서 괘안았는지 불어"

"누가 말하기는 누가 말했다고 그려, 내가 다 잘 나서 빠져나왔찌이.  옛날에도 말 한 적 있지만 내 참 잘났거등?"

 

 

"그나저나 어떤 놈이 당신한테 꼰질른겨?"

"됐어 여편네야. 끈엇!'

'어이구 매너하구는 제 할  말만 끝나면 바로 끊어 버리는 똥 매너.'

 

빠져나오는데 <마데 인 면장빽>썼다면 뭐라 그럴까...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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