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포도밭에서 2

황금횃대 2005. 6. 22. 21:43




 

 

포도알 솎다가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 누웠으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머리에 덮어 쓴 수건을 끌러 얼굴을 처억 가리고 눈만 빠꼼 내 놓고는, 손가방 베개 삼아  누워 <원도 한도 없이> 하늘을 바라 본다  하얀 새가 공중을 반분할하면서 나르고 손에 잡힐 듯 산 위로 뛰어 오르는 바람 또한 <원도 한도 없이> 본다.

 

살면서 원도 한도 없이 누릴 수 있는게 과연 몇이나 될까

촌구석 살면 저 푸른 녹음을 그리 바라 볼 수 있으니 이걸 행운이라 하지 않으면 달리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다행히 저렇게 깜박 한숨씩 자고 나도 포도는 쉼없이 크나니. 이 또한 행운!

벌써 입안에 신물이 슬슬 고이지 않는가?

우리집 포도 못 먹어보고 죽은 사람은 그것이 한이 되어 구천을 맴돈다는 저승계의 전설도 있거니와.

 


 

얼짱 포도 한 송이 만들려면 이 투박한 손이 몇번쯤 가야하는 걸까.

농부의 손길과 발걸음의 횟수는 세어보지 않는것이 이바닥 정석이라지만, 빼곡히 들어찬 포도알을 일일이 하나씩 따 주는 일은 그야말로 미스코리아 만들려고 노심초사 하는 미용실 마담의 노고에나 비할까?

 

손질한 포도 송이를 마지막으로 쓰윽 한번 쓰다듬어 준다.

소젖을 짜고 난 뒤 젖을 만져주는 목동의 손짓도 내 것과 닮았으리라.

무릇 먹거리를 만들어 내는 일은 이렇듯 고맙고 숭고하다.

 

 


 

즐거운 새참 시간.

말 하지 않아도 알아요. 깜박 넘어가게 맛있다는 걸.

이것이 눈깜짝 할 새 없어지는데 어디로 없어지냐하면 바로 요기

 

 


 

실제로 새참을 삼킨 똥배사진을 웃저고리 걷어부치고 함 찍어봤다.

어이구...세상에 눈 뜨고 못 볼것이 몇 있으니.

이것도 그 중 하나라. 대신 개망초꽃 얼굴이나 봄세....

 


 

더러 포도알 중 몇몇은 제 억울한 죽음에 항변하느라 내 바짓가랭이 속에 숨어서 나를 해할 기회를 엿보는 놈도 있다. 까잇꺼, 내가 누군가! 그런거 하나도 안 무섭다. 손가락으로 톡, 튕겨 밖으로 쫒아낸다

 

 


 

 

 

해는 저어서 어두운데 찾아 오는 길손없고~~

 

 

내 하루도 그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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