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포도밭 그 사나이

황금횃대 2006. 7. 26. 08:34

 

 

 

케이비에스에서 월,화 밤 열시부터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의 제목이 저것이다.

다름아닌 촬영장이 내 사는 동네 황간인게다

얼마전부터 영동을 고향으로 둔 카페에서는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아닌게 아니라

농협 앞 도로를 가로질러 포도밭 그 사나이 촬영팀을 환영한다는 플랭카드가 걸렸다

거기만 걸렸나? 금상교 다리껄어도 걸렸다. 조붓한 지방도로에 그깟 드라마가 뭐라고

플랭카드가 두 개나 걸렸으니.

 

그제 밤까지만 해도 쌩파리좆마냥 돌아누워 자던 고스방이 어제는 연신 내게 전화를 한다

"오늘 저기 포도밭 뭐시기 그거 촬영하러 오나비. 낯선 사람들 차가 실티 저수지 들어가는 길에

나래비를 섰어. 병조가 구경 안 갈래나? 물어봐.."

또 조금 있다가는

"서움마(원촌리) 세트장에 아가씨 너이를 태와주고 왔는데...주연은 아닌게비던데 엑스트란가..

세트장까지 차는 못 들어가고 그 앞에 까지 델다줬네"

 

난생처음 탈렌트를 태운 고서방은 조금 흥분이 되는 갑다.

여기 황간이란 동네가 조금만 들어가면 경치도 좋지, 게다가 얼마전까지는 골짝 계곡 옆으로

난 길이 비포장이지..그래서 여름특집 전설의 고향 이런거 촬영하러 가끔 왔었다.

요즘 어딜가도 한 밤에 가로등 하나 없는 깜깜한 곳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니까.

 

저녁에는 그 아가씨들이 집으로 돌아가는가 날 보고 열차표 예약을 좀 해달란다

흠흠..이럴 때 고서방은 인터넷 활용을 100%한다

단지 자신이 자판 두드리고 찾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여편네를 통하여 말 한 마디로 끝낸다.

 

언젠가 오촌 아저씨가 컴퓨터 이야기를 하면서 조카님도 컴퓨터를 배워야 앞으로 살기가 수월을낀데

하고 말하니까 고스방 왈,

"쪼매만 더 기다리면 말귀를 알아묵는 컴퓨터가 나온다 안 그럽니까. 난 그 때나 가서 그놈을 부려먹지요"

한 술 더 뜬다. 그러나 뭐 고스방은 지금도 말만하면 다 되는 그런 컴을 쓰지 않는가

여편네에게 알아보라고 말 한마디만 하면 다 알아서 해주니까.

나는 귀찮지만 그것만은 그냥 들어 줄 셈이다.

고스방이 컴을 배우겠다고 달라들면 그것만큼 또 곤란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ㅎㅎㅎ

 

상민이 친구 여우의 아버지는 촬영장에 갔다가 윤은혜를 직접 태우고 나왔다고 딸에게 자랑했단다

여우는 또 그걸 친구인 내 딸에게 자랑을 하고.

심심골때리는 이 한적한 촌동네에 계모임으로 모인 아지매들도 포도밭 그 사나이 이야기를 하고, 어쩌다 어울린 남정네들 술판에서도 그 이야기는 나온다.

 

뭐 대단한가 했디만 드라마 보이까네 아무것도 아니드만

농사 짓는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닌데...스또리 보이까네 씨잘대기 없는 이야기만 나오고.

 

십분만 들여다 보면 한 시간 내용이 드러나는 빤한 이야기지만, 저녁에 들어 온 고스방 아이들과

둘러 앉아

"어, 저기는 실티 들어가는 입구네, 아구..저기는 월류봉아닌가 몰것다. 어쩌구저쩌구"

 

자기가 오십이 되도록 이날 입때까지 살아 온 황간 산천이 티비에 나오자 몸이라도 벌떡 일으킬 듯

설명을 하는데..

'이십년 살은 나도 거가 어디쯤인지 알구마. 가마히 티비나 좀 보소'

하고 한 마디 내질르려다, 고스방 저렇게 환하게 마음 기쁜게 언제적 이야기더냐 싶어서

입 꾹 다물고 말지...

입 다물었다가 생각기를

추임새라도 넣어주면 더 기분이 좋겠다 싶어

 

"하이고 거개 맞네...당신은 잠깐 배경이 나와도 우찌 그리 잘 알아요!"하고

 

감탄사 한 방도 멋지게 날려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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