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악 이런저런 일을 끝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타이프를 치려니 손가락에 힘이 빠지고 한 이틀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다녔더니 무릎 관절도 삐거덕거리며 아픈 신음 소리를 냅니다. 무슨 일이 그렇게 있었냐고요? 매양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야기지 별거 있겠어요. 집구석 이야기를 물어내봤자 그게 그건데 뭐하려고 그렇게 주끼쌌노 하시면 또 저는 할말이 없지만 서두요, 그래도 나중에 어느 봄날, 그래 그날 그렇게 살았었지 하면 들춰볼 한 페이지가 있다는 것은 조금 위안이 될까 싶어서 그러지요.
어머님이 식사를 하도 못 하셔서 드디어는 제가 병원에 입원을 하시라 그랬어요. 입원이라도 하시면 병원 식사야 그렇다 하더라도 링거액을 좀 맞으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하라니 어머님은 도리질이십니다. 집에 일이 걱정 되시면 제가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지요 여태 그렇게 살았는데 이번이라고 못 할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러지 마시고 병원에 입원을 하세요. 하며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그리 안 하시겠답니다. 노인들 고집 부리실 때는 참말로 속에서 열불이 확확 나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저리 힘없이 누워 계셔도 집이 좋다 하니.
그러다 어제 일요일에 일년 신수도 봐야하고 허시면서 은근히 어머님 밥 맛 없으신 걸 영동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고 싶으신 모양이여. 그래서 전화하니 집에 계시다하네요. 아버님하고 나하고 어머님, 그리고 학교에 공부 하러 간다는 상민이 태워서 넷이서 할아버지 집에 갔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신발이 바글바글해요. 일년 재수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지요. 사람의 운수라는 게 예정된 게 아니라면 저렇게 정월달 되었다고 신년 운수를 뭐 그리 볼라 하는지 나는 정말 모르겠어요. 열심히, 지혜롭게 하면 잘 될 것이고, 그녀르꺼 건강은 술 안 먹고 음식 깨끗하게 먹고, 담배 안 피고 적당히 운동하면 저절로 건강할거 아녀? 그런데 참말로 무슨 돼먹잖은 심보인지 허구한 날 술 마시고, 담배는 독으로 피며 운동이라고는 돼지 꼬랑지만큼도 하지 않으면서 일년 건강은 어떻겠냐고 무슨 낯짝으로 물어 본답니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영동 할아버지 마음에 드는 점은 대번에 그걸 묻는 삐리리한 남자에게 이렇게 화통시원하게 한 방 날려주신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에 자네는 술 안 먹으면 아모 해 될게 없겠구먼. 그러면 그 젊은 삐리리는 뭣이 이런 처방이 있냐는 듯이 할아버지를 쳐다보지만 참말로 한심 천만인 것이 어디 그 할아버지가 특별한 걸 말합디까? 그저 술 안 먹고 담배 안 피면 건강하게 잘 살 거라고 걱정 말라 하시지. 그런데 어디 가서 물어보면 꼭 그러죠 먼 길 조심하고 칠, 팔월에 물 조심하고 어쩌고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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