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이기기 달구새끼 모양을 하나 더 만들어서 가방 뒷판을 완성하다. 저걸 만드느라 하루종일 바늘을 잡고 앉은 자리에서 오후시간을 다 보냈다. 그날 아들놈이 학교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 와 컴퓨터를 켜면서 내게 안부를 묻는다 "엄마는 하루 종일 뭐했어요?" "응, 달구 새끼 한 마리 만들었어!" "정말?" 그러..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8.05
새벽, 논두렁 이누무 영감쟁이는 갈 수록 새벽잠이 없어진다. 새벽에 옆에서 뿌시럭거리면 오십 바라보는 여편네가 뭐가 좋다고 하하호호할까. 새벽잠 좀 느긋하게 자 보자고 사정을 하고 인상을 찡그리고 쌩파리좆마냥 토라져도 그 다음날 새벽이 되면 또 일찍 깨서 뿌시럭거린다. 죽으면 지겹도록 자는 잠, 뭘 그..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6.13
일상 콩 모 부어 놓은 것을 정식으로 이식했다. 콩 골이 기다랗게 장만해져 있는 곳에 그것들을 뽑아다 다라이에 담아 가서 두 푀기씩 심었다. 어제 저녁 폭우와 우박으로 나폴나폴 올라 온 속잎이 미친년 속곳처럼 너덜해졌다. 오후 세시의 볕은 작렬이다. 산에서 노루가 내려와 뜯어 먹지 않는 한 이 콩들..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6.09
슬픈 아침 이틀째 날이 흐리다. 비도 뿌린다. 지난 토, 일은 농활한다고 뒤치다꺼리에 일에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농활팀들은 혼신으로 일한다. 맨날 일하는 나도 모가지가 아파서 끙끙인데 첨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저녁에 회관청소를 마치고 쓰레기를 아궁이에 태우면서 결명자물까지 한 솥을 끓여 놓았다...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6.05
어제 살짝 우울 친구가 다녀갔다. 반갑다 우울아~ 하고 우울의 손을 잡아 끌며 어서 계단을 올라와 집 안으로 들어와 내 너를 겨울 동안 얼마나 기다렸다고...라고 말하지 못했다. 먼데 일가 아저씨가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내왔다. <이쁜 상순씨>라는 말에 나는 와르르르 무너졌다. 답장을 써서 보내는..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3.15
생일 딸과 에미는 생일이 한 날이라 케익도 하나만 사서 나이를 합한 초를 꽂는다 예순다섯의 나이를 표시하는 초를 꽂아 불을 켜니 장작에 불 붙여 놓은 것 같다. 저 케익을 산다고 고스방은 내게 일곱번의 전화를 했다. 10:42 상순아 내 지금 영동인데 케익을 어떤걸 사 갈까? 10:55 상민이꺼하고 니꺼하고 따..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1.31
정리를 하다가 비단헝겊 / 박기섭 순금의 가락지 하나. 그대 살 속 가락지 하나 이 다음 훗승 가서도 삭지 않을 가락지 하나 모란꽃 환한 후원後苑에 다시 천추가 온다 해도 머리맡에 풀어 놓은 언약의 비단 헝겊을 무시로 가슴 갈던 쟁깃날에 동여 두고 풀 끝에 아슬한 꿈마저 둘러 끼울 가락지 하나 새/ 박기섭 저 가..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1.21
글쓰기를 사랑하는 나 <글쓰기-그대 사랑,하는 나는, 행벅한 사람! > 나는 가끔,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글이 실린 작은책 홈페이지에 맨날 주끼쌌는 이야기를 올린다. 거기 편집장이 강순옥씨 할 때부터 작은책 정기 구독을 하였는데, 그 후 윤구병씨, 그 다음에 버스 운전기사 안건모씨가 그 직책을 받아서 지금 살림을 .. 소주 동맹 상순이 2008.01.14
걔는 어떻게 내게로 왔는가 우리동네는 촌구석이라 라디오가 잘 안 나와요. 최근에야 컴으로 라디오 듣는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시방은 컴으로 라디오를 듣고 있지요. 옛날 생각 나나요? 별밤 듣던 시절. 내가 그 프로그램 열심히 듣던 때는 진행자가 이종환이랬어요. 그 능글맞은 아자씨. 음악 다방에 쪽지 적어서 신청음악 넣.. 소주 동맹 상순이 2007.11.24
편하게 글쓰기 글이란걸 써 볼라치면 어떨 때는 머리가 문장을 생각해 내는 것보다 손가락이 먼저 알아서 척척 자음 모음을 맞춰주기 때문에 참 수월케 쓸 때가 있다. 반면, 그렇지 않고 이걸 쓸까, 저걸 쓸까 땀작거리다보면 머리도 뒤엉기고 손가락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어버버버 거린다. 가끔 나도 지난 날 내가 .. 소주 동맹 상순이 2007.11.05